지난 고구려대회에서의 초반 오버페이스로 혹독한 경험을 한 터라.. 30Km 까지는 이 그룹에 뭍혀서

이 속도 그대로 달리기로 하고.. 멀어져가는 스캇을 보면서 컨디션은 괜찮았지만.. 그대로 첫 번째 파워젤을 1Km 구간 동안 달리면서 나눠 먹었다. 

15~ 20Km : 20분 27초

( 1시간 21분 50초 )

달리는 것 이외에 다른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았다. 앞선 주자의 엉덩이와 발만을 보면서.. 집중에 집중을 하면서 달렸다. 16Km 지점을 지나면서 많은 응원단의 함성소리도 컸지만.. 나를 보고 소리치는 새우각시의 목소리는 주변이 떠나갈 듯 했고, 그만큼 새우각시의 간절함이 확실히 전달됐다.. ^^~

간절함과 응원의 힘으로 별무리 없이 하프지점을 향해 갔다.

20~ 25Km : 20분 26초

( Half : 1시간 26분 20초 )

최고의 기록으로 하프지점을 통과했고.. 계속해서 남아있는 힘을 아껴가며 레이스를 이어갔다.

하지만, 하프지점을 지나면서 함께했던 그룹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하는 수 없이 페이스가 좋은 달림이를

따라 치고 나설 수 밖에 없었지만.. 몸에는 아무런 무리가 없었다.

22Km를 지나면서 앞서갔던 불차형을 만났고, 함께 달리고 싶었지만 페이스를 줄이기가 겁이 났다.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를 상황 때문에 죄송스러웠지만.. 나의 페이스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불차형을 추월해 나갈 수 밖에 없었다. 아직도 체력에 문제는 없었지만.. 24Km의 오르막을 지나면서 폭풍우형님이 주신 두 번째 고강도 파워젤을 짜서 먹었다.  

25~ 30Km : 20분 30초

( 2시간 02분 45초 )

언제 나타났는지.. 새우각시와 롬멜님의 응원소리에 내가 더 놀랐다..^^~

안정적인 내 페이스를 보고는 안심하는 것 같았다. 30Km 까지만 이 페이스대로 가자고..

생각하는 순간.. 다시 불차형이 내 옆을 지나가고 있었다. 붙어서 달리고 싶었지만..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은 27Km 구간이었고, 혹~ 페이스가 흔들릴까봐 쉽게 그룹에서 이탈 할 수가 없었다. 다시금 바닥에 시선을 두고 앞선 주자에 붙어서 마음을 진정시키고.. 계속해서 달렸다. 28Km 구간을 지날 즈음.. 잘 맞춰 달리던 그룹이 갑자기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앞선 두명의 주자가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목표했던 30Km를 얼마 남지않았는데.. 고민하다(?)가 아직까지 몸이 버틸 수 있어서.. 두명의 주자뒤에 착~붙어서 달렸다. 다시 불차형을 소리없이 지나치며 달렸다. 내가 생각해도 스피드가 올라가는 느낌이 확연히 느껴졌고.. 부담보다는 오히려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렇게 속도를 올려 달리며.. 30Km 지점을 통과하면서 앞서 달려갔던 스캇을 다시 만났다.

30~ 35Km : 21분 11초

( 2시간 23분 56초 )

이제 지루한 직선주로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가을 중마에서 스캇이 느꼈던 것과 똑같을까?!! 스캇을 뒤로하며.. 그룹에 뭍혀 달려나가는 몸이 더 가벼워지는 느낌이다.

2010년부터 시작해서 6번을 이 주로를 달리지만.. 넘 ~ 잘 달리고 있었고, 이렇게 달려도 되는건지 조금은 걱정이됐다. 걱정스런 마음에 33Km 지점을 지나면서.. 공교롭게도 스캇이 지원해준 마지막 세 번째 고강도 파워젤을 꺼내 먹으면서..(고맙고..미안하다!!)  나 혼자만의 레이스를 가져 나갔다. 인천런클의 아모르 회장님을 비롯한 여러회원님들께서 신나게 응원을 해주셨고..  카라님의 핫식스(박카스?!!) 건내 마시면서 자세를 바로 잡고 달렸다. 어느새 다시 나타난 새우각시의 열띤 응원에 더욱 더 신나서 달리는데..  35Km의 끝자랏에서 타켓형님을 만났다. 오늘은 새우가 정말 미친 날이 아닌가 싶었다..^^~  조심스레 힘을 외치며.. 타켓형님의 옆을 지나서 잠실대교로 향했다.

35~ 40Km : 21분 33초

( 2시간 45분 28초 )

이제 이 다리만 건너면 운동장이 보인다는 생각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 하지만 다리를 건너면서 조금씩 힘이 들었다. 남은 파워젤도 없었지만, 마지막으로 잠실대교 끝지점에서 그린베레형님과 제로아 누나가 준비한 신비의 약물을 생각하며.. 스피드를 올려 달렸다. 그런데 대교위에서 응원하던 회원님들이 나를 보는 표정이 더 압권이었다.

내가 이렇게 빨리 지나칠 줄은 몰랐던 것 같아보였다. 하긴 내가 생각해도 놀라운 일이었다..^^;

키다리형님과 제로아 누나의 응원과 신비의 약물(?)을 받고나니.. 더 힘을 받는 느낌이었다.

또 앞에는 꿈바라기가 달리고 있었다. 더 힘을 내 꿈의 뒤를 따라 달려 잠실대교 내리막 길에서 양쪽 종아리에 경련이 찾아왔다. 철렁하는 가슴을 가라앉히고.. 스피드를 줄일 수 밖에 없었고, 남은 거리 3Km.. 시계를 보니 5분/Km 로 달려도 Sub-3 는 가능했다. 무리하지 말자.. 몇 번이고 되뇌이고 다짐하면서 남은 레이스를 이어가는데.. 다시 옆에서 불차형이 지나치고 있었다. 따라가고 싶었지만.. 무리할 수가 없었다.

불차형의 달리는 모습은 종아리의 경련이 없었어도..  따라 붙지 못할 정도로 역시 대단한 주력이었다.

그러고 보니.. 불, 새, 꿈이 동반 Sub-3를 눈 앞에 두고 마지막 주로를 함께 달리고 있었다.  

그러나, 결승점을 채 얼마 남기지 않고.. 앞서 달리던 꿈바라기의 페이스가 점점 느려졌다. 종아리 경련으로 결국은 레이스를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아쉬웠지만.. 차마 돌볼 여유가 없는 나머지 계속해서 마지막 남은 레이스를 이어갔다.

40~ finish : 9분 19초

( 2시간 54분 47초 )

양쪽 종아리의 경련이 번갈아 가면서.. 꿀렁거린다. 여러자세를 번갈아 가면서 달리는데도.. 똑같았다.

이것으로 스피드를 유지하면서.. 운동장으로 진입하였다. 여기저기서 회원님들의 놀라는 소리와 응원소리가 들렸다. 새우각시의 큰 목소리가 쩌렁쩌렁하다..^^~

운동장으로 들어서는데.. 괜히 가슴이 찡해졌다. 만감이 교차하는 느낌이랄까?!! 경련이고 뭐고.. 그냥 막 달렸다. 그렇게 결승점을 통과하면서 결국은 새우가 해냈다. 지난 1년 동안의 아쉬움을 떨쳐버리고,  2시간 54분 47초.. 나도 놀랄만한 최고기록으로 동아마라톤 명예의 전당(Sub-3)에 드디어 입성을 했다.

지난 일년동안.. 나 보다도 더 안타까워하면서 가슴조이며 지켜봐준 새우각시한테.. 기쁨을 전하고 싶다.

홍길동 처럼 여기저기 나타나.. 열렬한 응원까지.. 넘~ 고맙다.

그리고 동생처럼, 제자처럼 항상 아끼고 지켜봐 주신 불차 싸부님과 슬로우맨 형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또한, 런너스클럽 모든 회원님들의 아낌없는 격려와 응원이 있었기에.. 지금의 새우가 있었습니다.

늦게 만났지만.. 온라인 모임 두런두런팀의 응원.. 역시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회원님들의 사랑을 받는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미천한 저의 재능이라도 나눌 수 있도록 함께 하겠습니다. 

항상 아낌없는 성원과 후원으로 자신감과 기운을 살려주시는 회사 대표님께도 영광의 기쁨을 같이하고 싶습니다..^^~